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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여섯 살 장애인의 용감한 독립 - 건조기가 필요해요!
  • 작성일2019/05/03 16:35
  • 조회 1,791

[카카오 같이가치-따뜻한동행-린나이 공동캠페인]
 

 

서른여섯 살 장애인의 용감한 독립 - 건조기가 필요해요!

 

/ 사진 : 최성문 (소설가)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

- 존 스튜어트 밀 -


 

어떻게 살 것인가는 누구나 고민하는 삶의 화두입니다.

특히 장애인들은 스스로 삶의 방식을 정하고 그것을 밀고 나가기가 비장애인들보다 훨씬 어렵다는 걸 깨닫습니다.
게다가 다양한 삶의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여러 기회와 혜택에서 밀려나 있기에
자기결정권과 자기선택권을 가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안전한 삶만이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올해 서른여섯 살인 이경현 씨는 뇌병변으로 지적장애 1급입니다.
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셨고 남은 가족들과의 관계는 모두 단절되었습니다.
부모님은 딸이 홀로 험한 세상에서 살기보다 안전한 곳에서 보호받고 살기를 바랐기에
장애인 시설로 그녀를 보냈습니다.

그녀는 열일곱 살 때 집을 떠나 장애인 시설에서 17년 정도 살았습니다.
장애인 시설은 안전했지만, 행복한 삶은 아니었을지 모른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해보는 건
그녀가 스스로 선택한 삶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 자신의 지나온 삶을 이야기하는 이경현 씨 (사진=최성문 작가)


 

그녀는 장애로 인해 음식물을 씹지 못하고 그냥 넘깁니다.
특수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활동지원사의 도움이 늘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웃음이 많고 밝아서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습니다.
말은 제대로 못 하지만 풍부한 표정과 손짓으로 비장애인들과도 무리 없이 소통합니다.

그녀는 오랫동안 시설에서 지내왔기 때문에
시설을 떠나 혼자 독립해서 살아야겠다는 의지나 소망이 없었습니다.
장애의 몸으로 살아가는 건 처음부터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삶을 살게 합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안전한 삶이 아닌 다른 삶을 선택하려고 합니다.

 

 

자립은 삶의 주인으로 사는 삶, 추억을 만드는 삶


2014년도에 경현 씨는 처음으로 자립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자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홀로 산다는 게 두려워 용기를 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함께 생활하던 지인이 한 달 동안 진행한 자립체험 프로그램을 다녀온 뒤
그전과 달리 삶을 주도적으로 살고 싶어 하는 걸 보고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경현 씨는 용기를 내서 활동지원사 도움을 받아 한 달 동안 지역사회 오피스텔에서 생활했습니다.
자유롭게 외출하고 외식하고 영화도 보러가는 문화생활을 즐기면서 이렇게 사는 삶도 있구나를 깨달았습니다.

자립체험 프로그램이 끝나고 시설로 돌아오니 모든 걸 다 알아서 챙겨주는 시설에서의 삶이
오히려 답답하고 무기력하게 느껴졌습니다.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혼자만의 방에서 살아보고 싶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파티도 하고 싶고,
화분에 식물을 심어 기르고도 싶었습니다.
내 삶의 주인으로 살면서 마을공동체에서 또 집에서 추억을 쌓아가는 삶을 간절히 원했습니다.

 

 

체험홈에서 자립을 연습


경현씨는 현재 고척동에 있는 방이 세 개인 자립 체험홈에서 세 명의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의 방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자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 명의 활동지원사가 오전 9시에서 오후 7시까지 목욕과 식사 외출 등을 도와주며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를 도와줍니다.

체험홈은 자립센터와 연계해서 자립을 꿈꾸는 장애인들의 모임을 열어주고,
여가문화 활동, 우리동네 알기, 내 방 꾸미기, 친구 초대와 방문, 종교활동, 상담 등을 통해
각자 어떤 삶을 살기 원하는지 구체적으로 설계하도록 도와줍니다.

경현 씨는 일반 가정집과 같은 체험홈에서 살면서
비록 얼굴과 바닥에 물을 흘리지만 혼자 물 먹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1
시간이 걸리지만 이불도 펼 수 있습니다.
시설에서는 모든 걸 다 알아서 해주었기에 장애를 딛고 성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기회가 적었습니다.

요즘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하나씩 늘어가면서 삶의 기쁨 또한 커졌습니다.
아직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그녀는 그림으로 의사소통을 하는 AAC 프로그램을
매일 연습하느라 노트북을 끼고 삽니다.
이 모든 노력은 본격적으로 혼자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 자립생활에 꼭 필요한 의사소통을 연습하고 있는 경현씨 (사진=최성문 작가)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꼭 필요한 건조기

 

경현씨는 얼마 뒤 장안평역 근처 주택에서, 안전하고 편안한 삶이 아닌
자기결정과 자기선택의 삶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방 한 칸만 있는 좁은 집이지만 처음으로 가져보는 혼자만의 방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뜁니다.
그녀는 이사를 가면 동네를 산책하고 방도 예쁘게 꾸미고 무엇보다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싶다 말합니다.
어쩌면 20대가 꾸는 꿈을 이제야 이루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새롭게 가게 될 보금자리는 경현씨에게 공간적으로 불편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경현씨의 독립생활 준비에는 필요한 물건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식사 때마다 음식물을 흘리기 때문에 세탁을 자주 해야 하는데,
집이 좁아 빨래를 널 공간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가장 필요한 건 빨래 건조기 입니다.
건조기는 젖은 빨래를 말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앞으로 그녀의 삶이 화창해지라는 축복이 담긴 상징적인 물건 같기도 합니다.

경현씨의 자립을 축하하면서 건조기 한 대를 그녀에게 선물해주면 어떨까요.
장애를 딛는 법을 매일 새롭게 배우며 홀로 살아가기를 선택한 경현씨의 삶을 뜨겁게 응원하면서요.

 


 

사회복지법인 따뜻한동행은 경현씨와 같은 장애인분들의 자립을 돕기 위해
위험하고 불편한 생활환경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바꿔주는 공간복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에는 장애인 50가정의 자립생활을 응원하며 건조기 지원사업을 실시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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