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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동행 이야기
[따뜻한 인터뷰] 장애인식개선교육 은진슬 강사
- 작성일2021/09/27 18:11
- 조회 1,461
안녕하세요 따뜻한동행 블로그 기자단 장강입니다. 오늘은 따뜻한동행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이자, 장애공감교육 강사, 작가, 작곡가로 활동하고 계신 은진슬 강사님(다양성 컨설턴트)과의 인터뷰를 전합니다.
시각장애를 가진 은진슬 컨설턴트님은 강의 중 '시각장애 공감하기' 코너를 진행하는데요! 이름하여 '체험과 공감 미션 파서블'입니다. 보통 '시각장애 체험'하면 안대 착용하고 걸어보기 정도를 생각하는데요. 컨설턴트님의 '미션 파서블'은 어떤 내용일까요?
*인터뷰는 전화 통화로 진행되었습니다.
- 은진슬 컨설턴트님, 안녕하세요! 스스로를 '다양성 컨설턴트'라고 소개하고 계신데, 단어가 조금 생소해요. 어떤 의미인가요?
대부분 제가 하고 있는 활동을 '장애인식개선 강사'라고 이야기하더라고요. 이 활동을 10년 전부터 해왔는데 개인적으로 좀 협소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인식 개선’은 상대방의 인식이 잘못되었다는 걸 전제하는 느낌이라 해야 할까요? 괜히 야단맞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싶었죠. 고민을 하던 중 미국에서 'Diversity Consultant'라는 표현을 쓰는 걸 보고 이거다 싶었어요. 미국은 특히 '다름'에 대해 많이 강조하는 문화잖아요. 다양성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을 'Diversity Consultant'(다양성 컨설턴트)라 부르더라고요.
- 다양성 컨설턴트로 활동하시게 된 계기는 어떤 것일까요?
대학생 시절부터 이런 활동에 관심을 가져왔어요. 학부생 때는 학습 지원센터를 만들기도 했답니다. 우리나라 사회도 점점 변하면서 '다양성'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많아진 것 같아요. 장애공감교육도 그중 일부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부모의 입장에서, '장애인 엄마를 가진 우리 아이가 편견을 마주하지 않으려면 이 활동이 필요하겠다'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교사 연수를 중심으로 장애공감교육을 하며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 초등학교에서 장애공감교육을 진행 중인 은진슬 강사님 (사진 출처_ '은진슬의 브런치')
-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장애공감교육을 하고 계신데, 어떤 내용으로 교육을 하시나요?
이제 아이들에게 '장애인은 도와줘야 해요'라고 이야기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강의 시간에 '체험과 공감 미션 파서블'이란 코너를 진행해요. 대부분 '장애공감', '장애체험' 하면 휠체어 타고 언덕 올라보기, 안대 쓰고 생활해보기 등이 있잖아요. 그걸 사람들이 볼 때 '힘들겠다'라는 생각에 압도되는 게 안타까웠어요. 장애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impossible(불가능)'한 것에 초점을 맞추는 느낌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제 장애의 'possible(가능)'한 면에 초점을 두고 싶었어요. '못해서 힘들다'가 아니라 '그럼 어떻게 할까?'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예를 들어 다른 색의 양말이 섞여 있을 때, 시각장애인이 집에 혼자 있다면 어떻게 분류해서 신고 갈 수 있을까? 하는 화두를 던져요. 그럼 제가 직접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양말을 분류하는 걸 보여줘요.
또, 시각장애인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어떻게 읽어줄까?라는 질문에는 점자책을 배 위에 놓고 읽어준다고 하죠. 실제로 우리 아이에게 침대에서 불을 끄고 동화책을 많이 읽어줬어요. 이렇게 하면 몰입도도 높아지고 아이가 빨리 잠에 들어요. '육아 퇴근'도 빨라지니 너무 좋지 않나요?
'체험과 공감 미션 파서블' 강의 자료 (출처_은진슬 컨설턴트 강의 자료)
- 칼럼에 ‘장애는 장애일 뿐이다. 신의 귀한 선물도, 운명의 잔인한 비극도 아니다’라고 하신 것이 인상 깊었어요.
장애 때문에 불편한 것이 있는 건 사실이고, 그걸 부정하진 않아요. 그런데 우리가 한국인으로 태어난 걸 엄청 불편해하지 않잖아요. 장애도 변하지 않는 나의 일부라면 그냥 '한국이니까 머리가 검지~'하는 것처럼 장애를 받아들이는 게 좋은 것 같아요.
- 칼럼에서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계신데, 그 중 <장애부모의 원초적 갈등>이라는 글이 인상 깊었어요. 장애인 엄마로서 고민하신 부분에 대해 공유해 주세요.
엄마로서 저의 장애를 재수용하는 과정을 거쳤어요. 자신의 장애에 대한 긍정적인, 최소한 중립적인 관점을 가지지 않으면 아이가 장애를 바라보는 관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예요. 그럼 엄마로서의 효능감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제 장애에 대한 저의 관점을 재정립하는 시간을 거쳤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정돈이 많이 되었어요. 아직 장애인 부모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좋지 않아요. ‘이기적이다, 아이를 어떻게 돌볼 거냐’하는 시선이 더러 있어요. 사회가 보기에 ‘불완전한 부모’ 같아 보이기 때문이죠. 이런 부분은 계속해서 개선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계속해서 아이에게 제 장애에 대한 이해를 구해요.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장애공감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냥 무턱대고 이해해!라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컨설턴트님의 다양한 칼럼을 읽어보고자 하시는 분들을 위해 브런치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s://brunch.co.kr/@glassdice
다양성컨설턴트 출간작가 | 안녕하세요, 다양성컨설턴트(Diversity Consultant)이자 한아이를 키우고있는 시각장애엄마 은진슬입니다 :)
-장애공감 동요 '달라도 괜찮아'를 작사 작곡하셨다고요?
네, 아이들이 장애에 대해 밝고 긍정적인 관점으로 노래할 수 있는 동요를 만들고 싶었어요. CM송처럼 한 번 들어도 흥얼거릴 수 있게끔 쉬운 멜로디로 구성했어요. 가사는 하나하나 인물을 생각하며 만들었어요. 예를 들어 ‘하늘의 별을 읽는 친구’는 시각장애 천문학자 완다 디아스머세드를, ‘발로 그림을 그리는 친구’는 의수 화가 석창호 화백을 생각하며 작사했죠.
'장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증진하자'라는 움직임은 많아졌지만, 아직은 장애는 힘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해요. 장애는 신체적 제한이 있는 것이지, 능력에 제한이 생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배워왔기 때문에 ‘장애인의 불쌍함에 공감한다’는 생각을 야단치고 싶지는 않아요. '이제는 다르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부드럽지만 힘 있는 장애공감교육을 하고 싶어요.
장애공감송 '달라도 괜찮아' 가사 소개 (출처_은진슬 컨설턴트 강의 자료)
- 앞으로의 목표는 어떻게 되시나요?
건강한 사고를 가지려면 장애공감교육을 어릴 때부터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 아이들에게 영향을 많이 끼치는 교사가 먼저 장애에 공감해야 하죠. 제가 주로 교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는 이유에요. 교사분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려다 보니, 더 신경을 쓰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더 공부를 하고 싶어도 교재나 교육과정이 마땅히 없었어요. 그래서 혼자 공부하며 강의 자료와 커리큘럼을 처음부터 다 만들어야 했어요. 장애공감교육도 이제는 어느 정도 표준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신력 있고 통용되는 교육자료가 없다 보니, 장애공감교육도 강사에 따라 천차만별이죠. 장애공감교육, 더 폭넓게 인권교육에 대한 전문성을 기르고 표준화할 수 있는 커리큘럼을 수립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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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턴트님께서 저작권료는 따로 받고 계시지 않다고 하십니다.
사용을 원하시는 분은 컨설턴트님 이메일 주소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은진슬 강사님은 '이해를 구한다'라는 표현을 가장 좋아하신다고 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불편함에 이해를 구하고, 이해하는 세상. 그것이 진정한 따뜻한 동행 아닐까요?
작성: 따뜻한동행 블로그기자단 장강 기자
편집: 따뜻한동행